1. 도트란 무엇인가/(1) 도트의 개념
해상도와 주사방식
windship
2009. 9. 14. 20:19
* 해상도란?
컴퓨터 디스플레이는 모두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픽셀로 이루어진 화면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가 하는 것은, 크게 다음 2가지의 요소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것은 쉽게 얘기해서 화면의 세로 픽셀이 10개가 있다면, 처음에는 0, 2, 4, 6, 8번 픽셀(짝수 필드)만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1, 3, 5, 7, 9번 픽셀(홀수 필드)만 보여주는 식으로 한줄씩 건너뛰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서 일종의 편법입니다. 이것을 빠르게 반복하면 인간의 눈은 착시 현상에 의해 10개의 픽셀이 모두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 방식을 이용해서 화면을 보여준 것이죠. 따라서 이 당시 브라운관 TV는 525개의 픽셀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262개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1. 화면의 실제 물리적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흔히 모니터/TV를 말할 때 "화면이 XX 인치"라고 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지요. 실제적으로는 대각선의 길이를 말합니다. 화면이 크면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좀 더 많은 그림을 표시할 수 있겠지요.
2. 그리고 그 화면이 가로/세로 몇 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화면의 크기가 크더라도 화면을 이루는 점 자체의 굵기가 굵다면 세밀한 화면을 표시하지 못합니다. 같은 크기의 화면이라도 픽셀의 크기가 작아서 점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면 그만큼 곱고 세밀한 화면을 보여줄 수 있겠지요.
이 2가지 기준에 의해서 화면의 밀도가 결정되는데 이 밀도를 해상도라 부릅니다. 보통은 2번의 '점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느냐' 하는 부분만 가지고도 해상도가 높다고 말합니다만 정확하게 말하면 화면의 크기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해상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DPI가 바로 'Dots Per Inch', 즉 1인치에 점(Dots)이 몇 개나 들어가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DPI는 실제 화면 크기가 중요해지는 프린터 인쇄나 사진 출력 등에서 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 컴퓨터 디스플레이 화면에서는 DPI 말고 그냥 화면의 세로 픽셀수만을 가지고 해상도를 말하기도 하는데 요즘 고해상도 모니터, TV, 게임화면 등을 논할 때 종종 나오는 480P, 720P, 1080i, 1080P 등등의 용어가 바로 그런 방식입니다. 옛날 TV의 세로 해상도는 고작 525i에 지나지 않았고 한동안 좋은 화질이라고 일컬어졌던 DVD도 겨우 480P 해상도밖에 안 됩니다(왜 DVD가 TV보다 낮은 수치를 가지는지는 아래에 좀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적어도 요즘은 720 이상은 되어야 HD(High Definition), 즉 고해상도라고 부를 수 있으며, Full HD라고 부르는 것들은 보통 1080P 이상을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숫자 뒤에 붙는 i나 P 같은 것은 뭘 말하는 걸까요?
* 주사 방식
브라운관 TV는 세로 525~625개 정도의 픽셀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번에 이 픽셀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계의 한계상 이 정도의 해상도도 한번에 보여주기는 무리가 따랐죠. 그래서 고안된 방식이 '비월주사방식'(interaced scanning)입니다.
이것은 쉽게 얘기해서 화면의 세로 픽셀이 10개가 있다면, 처음에는 0, 2, 4, 6, 8번 픽셀(짝수 필드)만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1, 3, 5, 7, 9번 픽셀(홀수 필드)만 보여주는 식으로 한줄씩 건너뛰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서 일종의 편법입니다. 이것을 빠르게 반복하면 인간의 눈은 착시 현상에 의해 10개의 픽셀이 모두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 방식을 이용해서 화면을 보여준 것이죠. 따라서 이 당시 브라운관 TV는 525개의 픽셀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262개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착시 현상에 의해서 하나로 보이게 된다고 하더라도 미세한 깜빡임과 흔들림은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옛날의 브라운관 TV를 틀어놓고 있으면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게다가 화면의 모든 그림이 1픽셀 단위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또렷하지 않고 언저리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생깁니다.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DVD 규격이 탄생하고, 화면을 보여주는 기계들의 능력도 좋아지게 되자 굳이 이런 편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DVD의 세로 해상도는 480이지만 한번에 480 픽셀을 모두 보여줄 수 있어서 보다 깨끗하고 세밀한 화면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런 화면 묘사 방식을, 모든 픽셀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보여준다고 하여 '순차주사방식'(progressive scanning)이라 부릅니다.
순차주사 방식, 즉 프로그레시브 방식은 비월주사 방식, 즉 인터레이스 방식에 비해서 월등한 화질의 향상을 보여줍니다. 떨림과 깜빡임이 느껴지지 않고, 한번에 모든 픽셀을 다 보여주므로 뭉개지거나 흐려짐 없이 깔끔한 화면을 보여주지요.
* 플레이스테이션 2의 계단 현상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의 하드웨어 경쟁이 한참 불붙고 있을 무렵, 게임 관련 동호회와 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PS2의 계단 현상입니다.
PS2는 드림캐스트를 엄청나게 상회하는 스펙과 능력을 가졌다고 홍보하며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PS2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에서 유달리 도트가 도드라져 보이는 계단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은 PS2의 스펙이 생각보다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양 기종의 게임기를 가진 유저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곤 했지요.
계단현상의 대표격 소프트로 불렸던 릿지 레이서 5. 실 게임 그래픽 부분(배경이나 차량)에 보이는 도트의 계단과 UI 부분의 해상도(Replay 문자 등)가 확연히 다르다. 배경이나 차량의 해상도가 정상이라면 위 두번째 사진의 사각형 부분과 같이 Replay 문자 부분도 도트가 커져야 할 것이다. 즉 실제 물리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해상도는 문자 부분과 같은 고해상도이지만 성능의 문제로 실 게임 그래픽에 병목 현상이 생겨 계단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화면의 주사방식에 관한 이해가 있었다면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오는 문제였지만, 당시만 해도 DVD도 제대로 보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이런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PS2의 옹호론자들에 의해 본질적인 문제가 왜곡/호도되면서 논쟁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S2는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하드웨어 성능보다 더 높은 스펙의 화면을 실현하기 위해, 옛날 TV에서 사용하던 인터레이스 방식을 가져오게 됩니다. PS2는 PS1에 비해서 좀 더 많은 부분을 개발자들이 직접 프로그램해 사용하게끔 되어 있었고,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도 개발자들이 마음대로 설정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한정된 기계 성능으로 좀 더 해상도 높은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꽤나 낡은 방식인 인터레이스 방식을 사용해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CPU와 그래픽 칩에서 계산해 만들어진 화면이 실제 출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몇몇 게임에서 격렬한 움직임과 화면 전환을 보여줄 때 병목 현상(데이터의 처리가 바로바로 이루어지지 못해 처리가 늦어지는 것)과 잔상의 겹침 등으로 인해 홀수와 짝수 필드에 같은 모양의 점이 찍혀버리는 상황이 나타나게 됩니다. 세로로 같은 점이 2개씩 겹쳐 찍히니 당연히 도트가 2배로 튀는 느낌이 날 수밖에 없었고 도트의 계단이 무척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화면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멈출 경우에는 원래의 해상도를 제대로 보여주게 되므로, 이런 화면을 찍은 사진 등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 더욱 더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논쟁의 시대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플레이스테이션 3은 제대로 된 HD 해상도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화면의 해상도와 주사 방식이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게 해주는 에피소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