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 도트의 미래/(2) HD 그래픽과 도트

HD 시대, 2D 그래픽의 생존 전략 #1 - 킹 오브 파이터즈 12

by windship 2009. 9. 15.
 스트리트 파이터의 CAPCOM과 더불어 격투 게임 개발사의 양대 산맥을 구성했던 SNK. 처음엔 단순 이벤트적 성격으로 기획된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 시리즈는 결국은 SNK 최대의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게임 환경은 갈수록 발전해 오늘날과 같은 고해상도 HD 시대가 도래했고, 저해상도의 네오지오에서 탄생한 KOF의 그래픽에도 유저들은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드디어 처음부터 HD 해상도를 기본 전제로 한 KOF 첫 작품이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KOF 12입니다. 

  KOF 12의 그래픽은 기술적으로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꽤 있습니다. 모션의 제작에 3D를 도입해 부드러운 동작을 구현한 것이나, 고해상도로 얻어진 캐릭터 표현 디테일의 추구, 이전 시리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알파 이펙트의 활용 등, HD 시대에서 2D 그래픽이 어떤 발전을 가져와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노력은 많이 기울인 느낌입니다.

 하지만 3D로 만들어지는 부드러운 모션에서 적당한 단계의 그림을 취사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맞추어 동작의 느낌을 살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임 그래픽의 움직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인간 눈의 착시 현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프레임을 많이 사용해 부드럽게 만든다고 좋은 동작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리듬감과 힘이 있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 적절한 생략과 과장이 필요해지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움직임의 모양과 리듬을 읽어내고 솜씨좋게 배치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량입니다. SNK는 이미 예전 용호의 권 3에서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에 프레임을 과도하게 사용해 오히려 박력과 타격감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던 선례가 있습니다. 그 때의 문제점은 이번 KOF 12에서도 아직 완전히는 해결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또한 KOF 12는 스타일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HD의 고해상도로 캐릭터 그래픽의 디테일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디자이너의 디자인 센스와 그래픽 스타일의 문제는 더욱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몇 캐릭터의 과도한 근육 묘사와 체형의 강조는 이전 시리즈에서 쌓아온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진다(위: KOF12 / 아래 : KOF2002)


 전체적으로 많은 캐릭터의 바지 디자인이 소위 말하는 "나팔바지" 스타일로, 통이 넓게 변경. 예전 캐릭터들의 샤프한 맛도 없고 대중적으로도 썩 어필하지 못하는 디자인이다(위 : KOF 12 / 아래 : KOF2002)


 그라데이션을 활용한 명암의 색감은 좋지만 어두운 부분의 근육/옷주름 등의 묘사는 단순한 픽셀선 하나로 이루어짐으로써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옷주름 등의 표현을 그라데이션에 과하게 의존함으로써 예전 시리즈들에서 보여준 디테일에 비해 많은 부분이 허전해 보인다(좌 : KOF12 / 우 : KOF2002)


  물론 스타일은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므로 쉽게 좋고 나쁨을 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개인의 취미적인 작업이 아니라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용 게임에 있어서 대중적인 트렌드의 수용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합니다. KOF 12의 디자인 센스는 이전 시리즈들에서 쌓아왔던 것들을 무난하게 재활용하지 않고 좀 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참신한 시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중적인 취향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벗어나 있습니다. 

 흔히 디자이너들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기술"만이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기 쉽지만 사실은 기술보다도 이러한 센스와 스타일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림을 얼마나 많이 그렸나 하는 문제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른 많은 게임들과 비주얼을 관찰하면서 현 시대의 트렌드, 앞서가는 디자인들, 유저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들이 어떤 것인지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노력도 중요합니다.